그사람, 박제희를 만나다
오지리닷컴 2010-12-01 9,552

‘꼬마 모차르트’에서 이젠 사랑받는 최고 연주자로, 바이올리니스트 박제희

클래식의 전통과 오랜 역사가 살아 숨쉬는 오스트리아의 빈 국립음대, 그곳에서 개교 이래 가장 어린 나이에 예비학교 입학을 허락한 한국인 신동이 있었다. 겨우 다섯 살의 나이에 하이든 콘체르토를 모두 외워서 연주할 만큼 남다른 재능을 선보였던 그는, 당시 현지 언론으로부터 ‘한국에서 온 꼬마 모차르트’로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가 바로 작곡가 박준상(중앙대 교수)의 아들, 바이올리니스트 박제희(39)였다.

“어린시절부터 음악은 제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존재였어요. 아버지가 작곡을 하시다보니 집에 늘 피아노가 있었죠. 다른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 저는 피아노 아래에서 장난을 치고 아버지 몰래 건반을 쳐보곤 했어요.”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음악과 친숙해질 수 있었던 그는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풍부한 음악적 터전을 닦을 수 있었다.

“당시 저희 집은 시내 외곽지역에 작은 정원이 딸린 주택이었는데, 곧잘 울타리 너머 집주인의 노랫소리가 들렸어요. 아마 동요나 민요 같은 걸로 기억되는데, 그 가사가 ‘작은 바이올린 하나가 갖고 싶어요’라는 거였죠. 그 노래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저도 이유 없이 바이올린이 좋았어요. 그래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평생을 함께할 바이올린과의 인연도 그렇게 자연스러웠다.

“한국에선 어린 나이에 음악을 한다는 게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담보로 하잖아요? 저도 한국에 와서 상상 이상으로 높은 음악교육 비용에 깜짝 놀랐거든요. 만약 제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그만큼 높은 수준의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까 싶어요.” 실제로 그가 당대 최고 수준의 음악가들에게 교육을 받는데 지불한 금액은 거의 없다. 각 구에 설치된 국가에서 지원하는 무료 음악교육기관인 뮤직슐레에서 처음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그의 첫 바이올린도 이곳에서 무상으로 대여해줬다.

“음악적 전통이란 이런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정통 클래식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선 아주 어린 나이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가까이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이 마련돼 있거든요. 언제라도 원하는 음악, 원하는 악기를 무료로 배울 수 있죠. 뿐만 아니라 교육적 질 또한 우수해요. 제가 다니던 뮤직슐레의 교장은 당시 빈 국립음대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의 제자였거든요.”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으로 빈 국립음대 예비학교에 입학했지만 그의 운명은 결국 바이올린이었다. “아직도 학교에서 대여 받은 바이올린을 처음 집으로 가지고 오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해요. 얼마나 기쁘고 좋았던지 그 작은 바이올린을 안고 품에서 놓을 줄 몰랐죠. 밤엔 아예 팔에 안고 잠을 청할 정도였다니까요, 하하.”

그토록 바이올린에 매료된 이유를 묻자 그는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클래식에서 바이올린이 얼마나 중요한 악기인지 그 이유를 백가지쯤은 댈 수 있다”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과학적으로도 바이올린은 형태와 크기, 음폭이 가장 적확하게 설계된 완벽한 악기에요. 그리고 또 하나, 개인적으로 가장 완벽한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는데, 바이올린이 바로 그 사람의 목소리를 닮았거든요. 제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바이올린이 마치 친구처럼 저를 위로해요. 관객들에게도 제 바이올린이 그런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음악신동(그 자신은 ‘신동’이나 ‘천재’보다 독어를 그대로 직역한 ‘분더킨드, Wunderkind’가 보다 정확한 의미라고 지적했지만)으로 화려하게 클래식계에 등장, 어린 나이에 Jugend Musiziert 콩쿠르 등을 휩쓸며 무섭게 성장한 그는, 이후 후고 볼프 현악 4중주단을 결성해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최고 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독도체임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동, 유럽 현지에서 음악을 통한 독도 알리기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엔 오스트리아에서 아버지의 ‘독도 심포니’를 직접 지휘, 관객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그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도 의미 있지만 연주자로서 무대에 서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국내가 됐든 해외가 됐든 하루빨리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더불어 “기회가 된다면 제 음악적 색깔에 맞는 오케스트라를 결성하거나 직접 지휘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다섯 살 꼬마 모차르트에서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제희, 그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또 어떤 모습일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학력
2001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음대 석사 졸업(Magister)

▶사제관계
이스트바니츠 교수(비엔나 음악학교 교장)
바릴리 교수(비엔나 필하모닉 악장)
미하엘 프리센슐라거 교수(비엔나 국립음대)
이시도라 로마노프 슈바르츠베르크 교수(비엔나 국립음대)

▶이력
뉴욕 카네기 홀 (Carnegie Hall New York)
파리 시테 드라 무지끄 (Cite de la Musique)
에딘버러 페스티발 (Edinburgh Festival)
버밍엄 심포니 홀 (Symphony Hall Birmingham)
슈베르트 페스티발 (Schubertiade Feldkirch)
카린티아 페스티발 (Carinthischer Sommer)
L'ete musical dans la vallee du Lot
암스테르담의 콘서트게보우 (Concertgebouw Amsterdam)
브뤼셀의 팔레 데 보자르 (Palais des Beaux-Arts Brussel)
잘츠부르크의 모짜르테움 (Salzburg Mozarteum)
뮌헨의 헤르쿨레스 홀 (Herkules-Saal Munchen)
베를린 필하모니 홀
쾰른 필하모니 홀(Philharmonie Koln)
브레멘 (Bremen)
뉘른베르크 (Nurnberg)
아테네 (Megaron Athen)
워싱턴 (Washington)
도쿄 (Suntory Hall Tokyo)
오사카 (Osaka)
비엔나 무직페어라인 홀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홀
전 서울 시립 교향악단 부악장

▶수상경력
비오티 국제 실내악 콩쿠르 최고 현악4중주상
이태리 크레모나 국제 현악4중주 콩쿠르 1위
비엔나 Gradus ad Parnassum 국제 콩쿠르 1위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대상 (Wiener Philharmoniker Preis)
유럽 문화상(실내악부문)
메르쿠르 국제 콩쿠르 1위
Jugend Musiziert 국제 콩쿠르 1위

인터뷰어 권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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